2021 Jan | 태도에 관하여

내가 생각하는 멘토의 역할은 가르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학습자가 각자에게 맞는 경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형태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mentor 라는 단어 보다는 helper, facilitator 라는 단어가 더욱 와닿는다.

위코드는 코딩 부트캠프이다. 부트캠프(bootcamp)는 군대의 신병 훈련소를 의미한다. 코딩 부트캠프란 짧은 기간 안에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위코드를 통해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수강생은 300명이 넘는다.

어느 유튜브 영상을 보니 많은 숫자의 개발자를 배출하는 부트캠프와 부트캠프 출신 개발자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아직은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1) 회사 입장에서는 부트캠프 출신의 개발자가 별로라면 채용을 안 하면 그만이고, 2) 나와 같은 부트캠프 출신의 비전공자들은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우선 감사하고, 두배, 세배 더 노력해서 꾸준히 성장하며 증명하면 되는 것이고, 3) 코딩 부트캠프는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신입 개발자의 태도와 역량을 수강생들이 확실하게 갖출 수 있도록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고 끊임없이 교육의 질을 높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생각의 차이를 오랜 시간 걸리더라도 하나씩 풀어가면 되는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멘토로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두 가지가 있다. 수강생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다. 개발을 처음 배우는 수강생들의 실력을 존중하고, 개발자로서 무한히 성장할 그들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다행히 경험이 쌓일수록 멘토링 노하우가 생기고, 의지만 있다면 초심자도 개발자로 무사히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을 거듭하여 지켜 보면서 수강생에 대한 존중과 믿음은 더욱 커져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트캠프에서의 멘토링 방식은 제일 처음 이야기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멘토링 방식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딩 부트캠프에서는 학습자 개인의 경험에 맞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형태로 배울 수 없다. 단기간에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노하우와 올바른 가이드에 따라 주니어 개발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개발에 가장 맞는 형태로 학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태도에 달렸다는 말에 더욱 확신이 생긴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위코드에서 강조하는 절대적 시간 투자, 주도적 학습을 통한 문제 해결 역량, 그리고 커뮤니티, 이 세가지를 몸과 마음에 새기고 긍정적 자세로 과정에 임한다. 멘토들의 가이드에 따라 동기들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협업의 과정도,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만족스럽고, 자연스럽게 좋은 회사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 하고 싶은 개발자”로 멋지게 커리어를 시작한다. 이들은 커뮤니티 안에서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키워간다. 기수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분들이 많을수록 해당 기수는 동기들끼리 서로 시너지를 내며 과정 중에도, 취업 후에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위코드는 정부 지침에 따라 모든 커리큘럼이 온라인으로 진행 중에 있다. 수료 후에 다시 모여 열심히 취업 준비하는 수강생들, 재택에서 기업 협업을 진행한 수강생들,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마친 수강생들,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긍정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참여하는 수강생들, 그리고 밤낮으로 힘쓰며 최선의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멘토들. 각자의 상황 속에서 바뀐 시대의 모습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들을 보면 격려가 된다. 이들의 일상에 즐거운 일들이 조금 더 많이 생기기를, 성숙한 태도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한다.

2019 Oct | 개발자 초심

Wecode 코딩 부트캠프에 참여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과제는 도전의 연속이고 매번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 해서 개발 공부에 매진하는 일상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너무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좋은 멘토, 동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좋은 개발자 커뮤니티가 생긴 점, 좋은 환경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일상에서 누리는 여러가지 것들에 매우 감사한 10월이었다.

좋은 개발자란?

기계적으로 코드를 짜고 대충 공부해서 어떻게든 구현만 시키는 개발자가 아닌, 정말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를 포함한 부트캠프에 참여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목표는 우선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 목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이 모든 과정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의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개발자에 대한 기준, 그렇게 되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것들과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식과 기술의 본질을 소중히 여기는 개발자

요즘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급변한다. 이럴수록 가장 쉽기 때문에 맨 먼저 배우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기초 지식과 기술의 본질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 새로운 것들이 생겨날 때마다 흥분해서 달려들거나 기존의 것들을 무시하고 아무 생각없이 새 것으로 갈아타는 태도가 아닌, (친구의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중후한 태도”로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며 꾸준히 학습하는 개발자로 성장하고싶다.

첫 2주는 웹의 본질인 HTML/CSS/JavaScript 기초를 다뤘다. 그리고 3주차에 바로 React와 Saas를 배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React와 Saas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상태로 그냥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HTML/CSS/JavaScript에 대해 모르는게 (분명히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 React가 뭐지? 왜 생긴거지?
  • npm을 설치해야 된다는데 npm은 뭐지? yarn은 또 뭐지?
  • Library가 정확히 뭐지? Framework는 뭐지?
  • Angular는 뭐지? React와 무슨 차이가 있지?
  • Saas는 뭐지? CSS pre-processor? 그럼 pre-processor는 뭐지?

막상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 시작했더니 대충은 알겠지만 말로 담백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 많았고(넘쳤고) 기초 내용을 너무 가볍게 대하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부딪히고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고 배우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호흡이 빠른 부트캠프의 특성상 매일 다른 세션이 진행되며 과제가 계속해서 주어지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큰 그림 없이 모르는 개념이 쌓여가는 상태로 진행한다는 것이 벅차게 느껴졌다. 다행히 4주차에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고 블로그에 옮기며 기초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고,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히며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덜 배우더라도 누구의 보폭이 아닌 나만의 보폭에 맞게 가고 싶다.

관심사의 확장이 일어나는 개발자

특정 지식과 기술, 분야에 대한 편견이나 편애 없이 관심사의 확장이 일어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나의 관심사가 내가 속한 분야, 내가 사용하는 기술에만 국한 되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웹/앱을 만드는 Frontend는 동시에 서버, DB 등을 다루는 Backend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용자와 더 나은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며,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고 보기에도 좋은 UI를 구현하기 위해선 디자인, 인문학, 사회학 등으로 관심사를 확장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Frontend와 Backend가 어떻게 연결되며 네트워크 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 하는지, 결국엔 소프트웨어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나아가 하드웨어 안에서 어떻게 작동 하는지 까지도 관심사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그려본 Frontend 관심사의 확장. 매년 업데이트 되는 개발자 RoadMap을 보면 공부할 게 정말 끝이 없다. 모든 것을 정복 하겠다는 태도보다는 관심사를 확장 시키며 꾸준히 학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Wecode에서는 3-4주차 부터 Frontend와 Backend 중 무엇을 할 지 각자의 성향(혹은 기타 이유)에 맞게 스스로 정한다. 그 후엔 Frontend와 Backend가 다루는 내용에 따라 따로, 또 같이 세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동시에 세부적인 내용들을 하나씩 채워갈 수 있다. 이번주에는 공통 세션으로 HTTP 통신 방식과 API 서버에서 인증과 인가가 어떻게 작동 하는지를 배웠다. 실제로 Backend API에 연결시켜 기존에 만들었던 로그인 페이지에서 로그인 동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서로 다른 서버가 토큰을 생성하고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과정이 신기했다. 다음주부터는 한 팀에 5명씩, 총 네 팀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Frontend와 Backend가 함께 작업하며 또 다른 관심사의 확장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소통하는 개발자

개발을 막 시작했을 때 신선하게 다가온 두 가지가 있다. 바로 Stackoverflow와 GitHub이다. Stackoverflow는 개발자들에게 네이버 지식인(사용해본 적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과 같은 사이트이다. 문제 해결이 도저히 안 되는 경우 들어가서 검색해보면 놀랍게도 필요한 정보가 전부 있다. (그만큼 개발을 배우면서 겪는 삽질의 과정은 모두가 비슷하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Github은 오픈 소스의 형태로 서로의 코드를 공유하고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개발자들은 이러한 서비스와 툴을 사용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들, 그리고 모두가 겪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협업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개발자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Wecode의 장점 중 하나는 언제든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멘토, 동기들과 함께 있다는 점이다. Stackoverflow에 Wecode 페이지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이렇게 끊임없이 소통하며 모르는 내용은 물론이고 이미 배운 지식도 질문하며 확인하는 태도, 아무리 초보 수준이여도 내가 아는데까지는 누군가의 어려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한 소통의 방식을 익힐 수 있다.

개발자들끼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말이나 글로, 때로는 코드로 소통하는 것은 특별한 문화이자 굉장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좋은 소통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록하는 개발자

꾸준히 기록하고 글을 통해 현재의 과정에 조금 더 나은 의미를 부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개발자들에게 회고하는 문화가 있다. 처음 개발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학습의 과정, 문제 해결 과정, 프로젝트 진행 이야기 등을 주제로 현업에 있는 개발자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글이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글을 찾아보며 개발자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려고 한다. 현재의 과정을 먼저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개발자로서 지녀야 할 태도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깨닫기도 하고,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다음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덕분에 좀 더 나은 고민으로 답답할 수 있는 배움의 과정을 조금은 즐겁게 채워갈 수 있는 듯하다.

Wecode에서도 TIL(Today I Learned)과 같이 현재 배우는 내용들을 매일 블로그에 정리할 것을 강조한다. 개발자가 왜 글을 써야할까? 왜 갈수록 개발자에게 글쓰기 능력을 요구하는걸까? 단지 배운 내용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일까? 여기에 들어오기 전부터 글은 썼지만 솔직하게는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블로그도 없으면 정말 내세울 게 없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꾸준히 기록하며 그 안에 내용을 하나씩 채우다 보니 이제는 개발자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줄 때 비로소 내가 작성한 코드가 쓰임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개발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용기를 내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듯이 나의 이야기 또한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기록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일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글을 통해 얼마나 의미있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많이 된다. 꾸준히 읽고 꾸준히 기록하자.


Do What You Love

“Do What You Love”

Wework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이다. 어쩌면 요즘이야말로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길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매일의 일상을 이루는 요소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타는 버스, 도착해서 마시는 커피, 동기들과 나누는 대화, 집에 돌아가는 시간 등등..

빠르더라도 조급 하지는 말자. 더욱더 지식과 기술의 본질을 소중히 여기는, 관심사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꾸준히 소통하고 기록하는 개발자로 성장하자. 당장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꾸준히 하면 분명 그냥 개발자가 아닌 정말 괜찮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는, 실력보다 더 나은 태도를 갖추는 긴 과정이 되기를 기대하며 10월을 마무리한다.

2019 May | 임용고시 포기

임용을 포기했다. ‘임용고시’란 시험을 제대로 준비한 기간은 2년 정도,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기간은 고등학교 졸업 후 삼수를 한 것 까지 포함하면 1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겐 무책임하고 대책 없이 보이는 포기의 순간, 누군가에겐 용기있어 보이는 도전의 순간. 고민이 많았다. 고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울한 건 아니다. 오히려 담담했다. 이 글은 내가 왜 담담할 수 있었는지, 포기하기까지 어떤 고민의 과정이 있었는지, 어떠한 생각의 흐름으로 교육에서 IT분야로 전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극의 시간

<퇴사준비생의 런던> 이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는 퇴사를 앞둔 사람의 런던 여행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런던에 소재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매장 혹은 브랜드” 를 찾아 소개해주는 내용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서비스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  그것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드러내고 어떠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런데 제목이 왜 퇴사준비생일까?’

그 이유는 책 처음 부분의 프롤로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Mind the Gap”
..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는 퇴사를 장려하는 책이 아니라 ‘퇴사 준비’를 권장하는 콘텐츠 입니다. 바라는 미래와 멈춰진 현재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고 책상 너머의 세상을 경험하며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
간극은 시간이 흐른다고 줄어들지 않습니다.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좁혀 나가야 합니다. 회사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고, 상사와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일이 재미가 없다고 해서 오늘을 의미 없이 흘려 보내면 일상은 달라지지 않고 내일에 대한 상상은 망상에 그칩니다. 시간을 때우기 보다 채우기 시잘할 때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메워질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 생각이 났다. 임용을 포기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의 잠시 멈춘 것 같은, 간극을 인지하고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진 시간. 고민은 많았지만 담담했다. 오히려 IT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것들과 그것들이 나에게 주는 가능성, 즐거움, 설렘이 훨신 컸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IT 분야라서 그랬기 보다는, 교육이라는 한 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과 방향성을 모색하고, 세상에는 실제로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하고 심지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주었던 자유가 컸기 때문인 것 같다.

교육? 교사?

사범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주는 제약도 있었지만 덕분에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것도 있다. 나는 무언가를 기획해서 만들고 표현하는 창의적인 일을 좋아한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만 손들고 발표는 못하는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심한 성격이 조금씩 변하면서 좀 더 자신있게 (혹은 뻔뻔하게) 변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무모한 당당함이 조금씩 생겨 고3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부반장으로 선출 되기도 했다. 당시에 교탁에서 하는 손탁구가 유행이어서 반장이든 부반장이든 뭐라도 되면 탁구공이 깨질 때 마다 공을 새로 사오겠다는 공약을 걸고 실제로 지켰다. 다행히 유행은 지나간다.) 

그러다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는게 이렇게 재밌구나!’ 하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학교 강의와 교생 실습 기간 동안 실제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해보는 것도 좋았지만, 특별히 글쓰기 수업과 영어 발표 수업, 그리고 연출을 맡았던 뮤지컬 <Lion King> 이렇게 세 가지의 영향이 굉장히 컸다. 일상의 소소한 주제들을 글쓰기와 발표를 통해 풍부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경험, 과제를 제출할 때마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말씀해주신 교수님, ‘면도하는 순서’라는 주제로 발표를 마치고 살면서 가장 크게 칭찬을 받았던 경험, 디즈니 <Lion King>을 무대에 맞게 각색하고 새로운 대사와 연기로 뮤지컬 전체를 연출해본 경험 등 대학 생활동안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는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은 지금도 너무 크다.

내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교사는 수업 방식과 콘텐츠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여 이전에 없던 수업을 “Create”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정말 창의적 이어야 한다. 학급 환경에 맞게, 주어진 시간에 맞게, 학생의 수준에 맞게, 교사와 학생의 컨디션에 맞게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를 잘 읽고 그것에 맞게 수업을 기획하고 실제 적용하려면 창의성이 너무나도 요구되는 직업이다. 하지만 내가 보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교사의 창의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 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의 시스템과 교사를 선별하는 임용고시는 시대에 맞게 변한 게 없어 보이고
  • 몇몇 교수들의 수업은 몇 년동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똑같고
  • 고등학교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할애 할 수 있는 시간은 있으면 다행인 것 같고
  • 교사들이 수업 시간 외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행정업무인 것 같고
  • 대학입시의 수시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늘면서 교사와 학생의 삶 또한 비정상적으로 변했고
  • (이 모든 것이 임용을 보기 싫은 나의 핑계로만 느껴지고)

교사의 삶을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어서 실제와 다를 수 있겠지만, 4년간의 사범대 교육과정과 두번의 실습, 그리고 동기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교사의 삶은 내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영어라는 언어가 나에겐 오로지 수단이지 그것을 학문으로 꾸준히 공부하며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 임용을 포기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교육시스템이 너무 답답하게만 느껴졌고, 만약 교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삶을 살아낼 자신이 없었다. 정말 열심히해도 붙기 힘든게 임용시험인데 나는 절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은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산타토익’ 에 대해 알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문제는 구분하여 제거하고 반드시 필요한 문제와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여 반복적으로 훈련시켜주는 서비스라니. 강의는 필요 없단다. 물론 강사도.

순간 모든 고민이 쓸모 없게 느껴졌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임용고시 합격이라는 홈런 한 방만 노리며 안일하게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내가 교육 분야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IT 기술을 통해 이미 하고있거나 혹은 비슷하게라도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찾아보았다. 학생들을 위한 좋은 콘텐츠는 Youtube 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쏟아지고 있었고 다양한 형태로 교육에 영향을 주는 양질의 서비스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은 더 이상 교사를 해야만 학생들의 삶과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IT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은 만들어줄 수 없는 점수, 산타토익은 가능합니다.” …..

IT? 개발자?

지금은 개발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보다는 사회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처음 개발에 관심을 갖게된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Creative”한 측면에 끌렸다. 그 중에서도 Web, App 개발에 관심이 생기면서 소비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본거라곤 PPT, Word 작업 밖에 없지만 평소 심미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새롭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무엇이든 꼼꼼하게 하려는 성격이라 적성에도 잘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변에서 유일하게 아는 개발자인 중학교 동창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IT 분야와 개발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영어 교육을 전공했는데 개발을 할 수 있을지’, ‘너무 늦은건 아닌지’ 이 두 가지였다. 이 질문에 친구가 해준 대답이 인상 깊었는데, “너가 했던 것들은 나중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연결된다. 교육을 전공한 건 너가 개발을 하고 나중에 만들 서비스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고,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도 된다.”라는 대답에 용기를 얻고 개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기대감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되었다.

<나만의 길을 걷는 것> by. brightparagon
진로 때문에 고민하던 시기에 몇 번씩 읽었던 친구의 블로그 글이다. “어느 길을 걸을지 정한 뒤 조금 걷다보면 분명히 나아가는 속도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즉 “나만의 보폭”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았다. 좋은 글 덕분에 자극도 많이 받고 훨씬 더 나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고맙다.

경력의 확장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작년 10월부터 IT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IoT 기기를 검증하는 업무를 맡아 네트워크의 기본, 서버와의 통신 원리 등의 기초적인 것들을 실제로 부딪히면서 배울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배울 것도 많고 찾아볼 것도 많았지만 다행히 이런 학습의 과정이 즐거웠다. (일을 시작하고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쓴 글을 공유한다. <2019 Mar | IT 입문>)

몇개월 정도의 회사 적응 기간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독학으로 개발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개발 분야는 Coursera, Codeacademy, Udemy, Udacity 등의 양질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해 주는 사이트도 많이 있고, 다행히 영어 강의를 듣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서 HTML, CSS, JavaScript 기본 강의를 마치고 필요한 부분은 계속 찾아가면서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다행히 개발이 잘 맞는 것 같고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엔 구현하고 싶은 건 많은데 부족한 내 실력이 너무나 답답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질문이 많고 배운대로 하긴 하는데 이렇게 하는게 정말 맞는지, 실제 개발자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어떻게 협업 하는지 등의 의문이 생길 때가 자주 있다. 그런 부분에서 독학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고 모르는 내용을 하나씩 찾아서 하다보니 큰 그림이 안 그려지는 것 같은 답답함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또한 비전공자의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지금까지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잘 안 풀리는 문제를 만나면 ‘전공자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이미 많이 다르지 않을까’, ‘정말 내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와 같은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문과 출신 개발자 마르코님의 <인문학도 개발자되다>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관심있게 보는 중이다. 다행히 나처럼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여러 소스를 통해 접할 수 있고, 이런 분들이 나에게는 좋은 지표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비전공자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꾸준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

“결국 프로그래밍은 ‘기존의 업무를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가’이다.

프로그래밍이 중요한 이유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면, 비전공 출신 개발자가 각자 대학교에서 보낸 4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강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전공자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프로그래밍과 접목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 즉 사람들이 더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4년 간 역사학을 배웠는데, 그 덕에 역사적 통찰력을 배울 수 있었고, 과거에 사례에 비추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고 믿는다.

나는 정말로 경력을 전환한다는 것이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력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경험과 새로 배우는 것이 결합했을 때 그 파괴력은 왜 그토록 정부가 애타게 ‘융복합형 인재’를 찾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인문학도의 개발이야기> by 마르코

대학교 4년 동안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키워진 능력 혹은 장점은 뭐가 있을까? 

  • 영어를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점
  •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점
  • 상황과 흐름에 맞게 무언가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익숙한 점
  • 진로교육, 평생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점
  •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는 점
  •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학교를 비롯한 교육계 전체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는 점
  • 결국 사람과 사회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관찰하고 고민하는 능력을 키웠다는 점

나 또한 4년간 배운 지식과 그동안의 고민이  “프로그래밍과 접목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 즉 사람들이 더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교육에서 IT분야로 전향한 것이 경력의 단절이 아닌 “경력의 확장”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자신감을 갖고 꾸준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마무리하며

최근 읽은 책 이야기로 시작해서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IT 분야로 오게된 과정과 개인적인 생각들을 자유롭게 썼다. 글쓰기 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아직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여전히 나는 ‘간극’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미있는 이야기와 글에 내가 영향을 받는것 처럼, 누군가에겐 나의 이야기가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기를, 조금 더 나은 고민과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나 또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더 나은 의미를 부여하고 건강한 방향성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Mind the Gap”

아직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크게만 느껴진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초년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쩌면 “미래를 고민하고 실력을 키우려는 퇴사준비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각자의 상황 속에서 현재의 간극을 충분히 느끼고,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조금 더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란다.

Insights from…

2019 Mar | IT 입문

IT 분야에 입문하여 일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다. 삶의 크고 작은 변화들에 지금은 많이 적응되어 일상을 잘 살아내는 중이다. 회사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글을 꾸준히 쓰진 못했지만 그동안 끄적였던 문장들을 정리하며 변화된 일상의 모습과 태도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IT 입문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진로를 바꿔 IT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많이 바뀌었고, 스스로에게 던지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느리지만 조금씩 명확해진다.

  • 교육에서 IT 분야로 전향하게 된 이유는?
  • IT분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 어떤 실력을 키워야 할까?
  • 늦게 시작한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 부족한 기초지식은 어떻게 어디서 채울 수 있을까?
  • 건강한 방향성(철학)을 갖추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답을 얻는다”는 친구의 말처럼 더 나은 질문들로 나를 온전히 채워갔으면 한다. 느리더라도 대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더 나은 고민과 건강한 방향성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자신에 대해 알게 해주는 질문을 많이 던지면 던질 수록 미궁에 빠질 것 같지만 놀랍게도 생각이 훨씬 더 분명해진다. 질문에 하나씩 답하다보면 어느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을 선행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방법 등을 통해 질문들을 연결하고, 얻은 대답들을 모아놓고 구조를 살펴보면 더 전체적인 ‘나’가 보인다.

@brightparagon 나만의 길을 걷는 것

현재 하고 있는 일

현재 하고 있는 일은 IoT 개발 검증 업무이다. 출시 이전의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그 기능을 검증하는 일이다. IoT 가 ‘Internet of Things’ 의 약자인 것도 처음 알았고 실제 이 기술을 일상에서 접하더라도 그게 IoT 인줄 모를 정도로 아는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말로만 듣던 그놈의 IoT 가 무엇인지, 어떠한 원리로 작동 하는지, 현재 이 기술의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보완되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이 있는지 등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업무의 특성상 제품 개발의 단계에서 부터 검증, 개선, 상품 출시, 마케팅, 그리고 관리의 단계까지 깊지는 않지만 전체의 과정을 (관심을 가지면 어느정도 충분히) 볼 수 있다. 검증을 하다보니 개발에 더욱 관심이 생기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제품과 기능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구매자는 어느 포인트에 매력을 느껴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지, 또한 제품/서비스의 디자인과 마케팅은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이전에는 별로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적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것들 같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출시되는 서비스나 제품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Learn from Everything.” 요즘 핸드폰 배경화면 사진이다. 첫 날 신입교육자료를 받고 이게 교육자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는 내용도 없고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르는 단어 하나 검색하면 궁금한 내용이 몇 개씩 더 생기지만 열심히 검색하며 바닥부터 배우는 중이고, 다행히 이러한 학습의 과정이 즐겁다.

IT 철학

IT 와 철학. 여전히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단어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고 직접 경험 할수록 건강한 IT 철학을 갖추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력을 갖추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의미가 있다.

  • 무엇에 대해 개인이 갖는 생각과 감정
  • 사람과 상황을 대하는 태도와 해석 능력
  • 무엇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나 이유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과 소통하고 사회 전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직업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전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살피며 돕는 일이 얼마나 명확히 가치있는 일인가. (사람을 세우는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너무나 명확히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교사의 역할에 대해, 공무원의 삶에 대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부끄럽지만 교육을 전공 하면서도 깊게 고민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짧게나마 경험한 IT 분야는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소비자로서 경험한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이면에는 소비자들에게 보여지지도 않고 직접적인 관련도 없어보이는, 하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가 직접 사용하며 경험하고 누리고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IT 기술을 활용한 우리의 일상 속에는 훨신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고 그만큼 인간의 삶에, 인간의 모든 영역에 끼치는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단순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제품, 소비자, 나아가 사회 전체에 얼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어떠한 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고민이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며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명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마무리

IT분야에 입문하고 일을 시작한지 이제 6개월이 지났다. 이 분야와  관련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나누기에는 실력도 부족하고 모르는게 많기 때문에 철학이니 방향성이니 이야기하는 것이 성급하고 어색해 보일 것이다. 그래도 5개월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 과정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었다. 아직은 기술적인 글을 쓰거나 어떠한 결과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작 부터의 과정과 변화의 모습들, 나를 움직이는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의 기록들이 조금 더 나은 태도를 만들어줄 수 있기를,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퇴근 후 운동을 시작하고 새롭게 공부하는 것들이 생겨서 그런지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예전만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는 없지만 일상의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과 정해진 시간에 퇴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퇴근 후의 삶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많이 감사하다.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이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 속에서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익숙해지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것들을 하나씩 실현해가는 즐거움을 누리며 성장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